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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과법에관한 전문학술지:
[제6권4호] 2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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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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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시평] 로스쿨 성적표
대한변협신문[제 282 호, 2009년 7월 27일] ☞ 4면
정상조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로스쿨 학생들이 첫 학기 성적표를 받았다. 기대 반 우려 반으로 시작된 로스쿨에서 처음으로 받게 된 성적표가 한편으로는 기쁨을 다른 한편으로는 충격을 주었다. 학부에서 전혀 법학 공부를 하지 않은 학생의 경우에 과연 법대생과 경쟁해서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을지 많은 걱정을 했었다.
그러나, 가장 우수한 성적을 받은 학생이 비법대생이었다는 사실은 로스쿨의 3분의 2를 넘는 대다수의 비법대 출신 로스쿨 학생에게 기쁨과 희망의 소식이 되었을 것이다.
서울대 비법대를 졸업한 학생들의 평균 성적이 비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로스쿨 학생들과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 학부에서 법학을 하지 않고서도 로스쿨에서 3년간 열심히 법학을 공부하면 졸업 후 자신의 전공을 살려서 다양한 분야의 법조인으로 커다란 활약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는 기대감에 힘이 실리게 되었다.
로스쿨 성적표는 더 많은 사람에게 충격을 주었을지도 모른다. 로스쿨 학생의 상당수는 학부에서 A학점을 받아오던 우수한 사람들인데, 그 대부분이 로스쿨에서 B학점을 받았고 상당수의 학생들은 C학점을 받기도 하였다.
일부 대학을 제외한 대부분의 로스쿨은 A학점부터 C학점까지 일정한 비율로 엄격한 상대평가를 했기 때문에, 로스쿨 학생 가운데는 평생 처음으로 C학점을 받게 된 학생도 있을 것이다. 교수와 학생에게 긴장감을 주는 엄격한 학사관리가 로스쿨의 성공에 반드시 필요한 명약이 될 것이다. 오늘 받은 C학점이 성숙한 법조인을 만드는 자양분이 될 것이다.
로스쿨은 학생들을 평가해서 성적표를 만들었지만, 다른 한편 학생들도 로스쿨을 평가해서 ‘보이지 않는 성적표’를 만들고 있다. 교수 방법은 적절한지, 국제하계강좌는 좋은지, 로펌과 NGO 등에서의 실무수습은 잘 기획되었는지, 비법대생을 위한 prelaw program은 도움이 되는지 등에 관해서 학생들은 조용히 로스쿨을 평가하고 있을 것이다. 로스쿨은 강의평가 결과를 분석하고 학생회를 통해서 학생들의 요구에 귀 기울이면서 부단히 변화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로스쿨은 학생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의 관심과 평가도 받는다. 우리 사회는 로스쿨법의 제정단계에서부터 뜨거운 논쟁을 한 바 있고, 설립인가 및 신입생 선발 그리고 첫학기 교육에 이르기까지 숨죽이고 로스쿨의 탄생을 지켜보았다.
우리 사회가 경험적인(empirical) 증거를 가지고 로스쿨을 평가할 수 있는 첫 번째 기회는 로펌과 NGO 등이 로스쿨 학생을 직접 만나볼 수 있는 하계 실무수습을 통해서 일 것이다. 실무수습을 통해서 로스쿨 학생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이루어지고 로스쿨에 대한 냉엄한 분석이 이루어지고 있다.
성적표는 자기반성을 위한 좋은 자료가 될 것이다. 학생들은 성적표를 보고 자신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가을학기에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노력을 할 것이다. 로스쿨도 학생과 사회가 제시한 ‘보이지 않는 성적표’를 분석해서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로스쿨과 학생들은 앞으로 2년 반 후에 로스쿨 교육이 성공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할 막중한 책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를 되돌릴 수는 없고 따라서 로스쿨은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로스쿨의 성공은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와 경제는 성공적인 로스쿨 졸업생을 기다리고 있다. 단순히 법률을 암기한 졸업생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법률을 이해하고 응용할 수 있는 졸업생을 바라고 있다. 자신의 학부전공을 살려서 우리 사회와 경제가 필요로 하는 다양하고 세분화된 각각의 분야에서 맞춤형 법률서비스를 제공해줄 수 있는 법조인을 요구하고 있다.
로스쿨의 성공은 로스쿨의 노력만으로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로스쿨이 사회적 필요에 의해서 탄생된 것이라면 우리 사회도 적극적으로 로스쿨의 성공을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로스쿨 학생들은 2년 반 후에 변호사시험을 보게 되는데, 그 시험의 방식이나 합격자 선발에 관해서 아직도 확정된 것이 없다는 것은 믿기 어려운 사실이다.
로스쿨법은 2년 전에 통과되었지만 아직도 병역법은 로스쿨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서 상당수의 로스쿨 학생이 휴학을 하거나 불안해 하고 있는 것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입법적 과제로 남아 있다. 21세기의 법치주의 국가의 행정부에 법조인이 많이 근무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공무원 가운데 로스쿨에 등록한 학생의 휴직을 허용하지 않고 복직을 명령하는 행정부는 시대착오적인 생각으로 로스쿨의 발목을 잡고 있다.
사법연수원의 학생에게는 생활비까지 지급하면서도 로스쿨 학생에게는 한푼의 장학금도 지원해주지 않는 무책임한 교육행정이 우리 모두의 가슴을 답답하게 만든다. 로스쿨법에 의하면, “국가는 법조인의 양성을 위하여 재정적 지원방안을 마련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이제 정부도 법률상의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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