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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현실의 괴리
丁相朝
서울대 법대 교수
서울대 技術과法센터장
‘법과 현실의 괴리’는 조금 진부한 이야기지만 오늘처럼 더욱 절실한 경우도 없다. 로마시대 이래 지금처럼 법이 잘 정비된 때도 없지만, 우리 인류 역사상 오늘처럼 법과 현실의 괴리가 큰 시절도 드물기 때문이다. 우리 헌법은 예산안 처리시한을 회계연도 개시 30일전 (즉 12월2일)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대한민국 국회는 12월31일에야 충분한 심의도 없이 신년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우리 현실이 무법천지로 바뀐 것인지 아니면 헌법이 잘못된 것인지 혼란스럽다. 정치란 협상을 통해서 상생의 길을 도출해내는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과정이어야 하는데, 비싼 세비를 받는 국회의원들이 당리당략만을 앞세우고 국가의 이익과 국민의 후생은 도외시한 결과일 것이다.
사실 필자는 정치에 문외한이라서 너무 순진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그러나, 확실히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필자가 공부하고 있는 저작권법도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규정을 다수 가지고 있다는 점이고, 그 문제의 해법은 이해당사자들의 협상과 상호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합의도출에서 찾을 수 있다는 점이다. 저작권법과 현실의 괴리는 저작권침해의 증가에 관한 통계에서 쉽게 확인해볼 수 있다. 지난 20여년간 형사처벌에 관한 저작권법규정은 계속 강화되어 왔지만 저작권침해에 관한 고소·고발 건수는 급증해서 지난해에는 7만건을 돌파했다. 인터넷상의 무단복제가 많은데, 과연 영리를 위해서 반복적으로 무단복제물을 업로드하는 사람이나 기업에 대한 형사처벌 및 민사책임추궁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의문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형사처벌의 강화가 과연 저작권침해의 방지라고 하는 법목적의 실현에 도움이 되는지 조차도 의문시되고 있다.
저작권법의 형사처벌에 관한 규정에 의하면, 인터넷상 무단복제물의 heavy uploader를 엄벌에 처함으로써 무단복제의 감소 내지 예방효과를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주위의 현실을 보면 heavy uploader를 적발 내지 처벌했다고 하는 소식은 별로 들리지 않고, 가정에서 우연히 음악이나 영화화일을 다운로드받아서 감상한 청소년들을 상대로 해서 실손해액의 수십배를 지급하지 않으면 형사고소하겠다고 협박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황당한 현실이다. iTune과 같은 유료사이트를 활성화하려는 노력은 기울이지 않고 오직 청소년 이용자들의 다운로드행위에 대한 형사처벌만을 강화한다면, 저작권침해의 예방이라고 하는 본래의 효과보다는 적법한 다운로드 및 적법한 인터넷 이용 전체를 위축시키는 막대한 사회적 손실이 초래된다. 저작권보호의 강화를 위해서 다운로드를 모두 형사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인터넷상 음란물을 배포하는 행위를 엄격히 규제하기 위해서 음란물을 감상하는 성인들도 모두 형사처벌해야 한다고 하는 주장과 마찬가지로 일상의 활동을 크게 제약하는 부작용이 초래된다. 또한, 지나치게 넓은 범위의 행위를 형사처벌대상으로 삼고 과잉규제하는 것은 인터넷 이용자들의 저항감을 유발하고, 작곡가 및 영화제작자 등의 저작권자와 음악애호가 및 청소년들이 서로 적대시하게 만든다. 이는 저작권법의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심리적 현상이다.
저작권법과 현실의 괴리는 결국 이해당사자들의 협상과 상호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합의도출에 의해서 그 해법을 찾을 수 있다. 그러한 노력의 하나로 Google Book Search (“GBS")에 관한 화해시도를 들 수 있다. 구글은 하바드, 버클리, 옥스퍼드 대학 도서관 등의 소장 도서를 모두 스캐닝해서 디지털화하고 그 디지털사본 및 텍스트화일을 각 도서관에 제공할 뿐만 아니라 구글서버에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해서 일반인들이 검색해서 볼 수 있도록 하는 "GBS"를 제공하고 있다. 저작권이 만료되었거나 저작권자가 동의한 서적의 경우에는 구글 이용자들이 전문을 볼 수 있지만, 그 이외의 서적의 경우에는 검색어가 나오는 문장 한두 개 정도의 간략한 분량만을 볼 수 있다. 네이버에서 제공하는 “옛날 신문”이 일반인뿐만 아니라 전문가들이 접할 수 있는 정보의 지평을 바다만큼 넓혀준 획기적인 서비스인 것처럼, “GBS"는 누군가의 표현처럼 “빨대만 꽂으면 생명수를 마실 수 있는 거대한 지식과 정보의 바다”를 만들어 나가는 작업이고, 심해저의 조그만 진주도 모두 찾아낼 수 있는 검색가능한 디지털도서관을 만든다는 커다란 의미를 가지고 있다.
“GBS"는 스캐닝 작업에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지 않았고 검색어를 둘러싼 한두 문장이라도 저작권자의 허락없이 전송한다는 점에서 저작권침해에 해당되지 않는가 하는 논란의 대상이 되어 왔다. “GBS"의 스캐닝 저장 및 발췌문 전송이 미국 저작권법상 공정이용(fair use)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둘러싼 소송이 수년간 진행되어 오다가 최근에 136면에 걸친 방대한 분량의 화해조서(안)이 마련된 바 있다. 법원이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고 화해조서조건의 공정성을 심리한 후 화해조서가 확정되면 소송당사자들 뿐만아니라 유사한 지위에 있는 미국저작권자들 모두를 구속하게 된다. “GBS"에 관한 화해에 대해서는 외국의 출판사들과 외국의 저작권자들이 많은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그 화해조서(안)은 저작권법과 현실의 괴리를 해결하기 위한 법조인들의 노력에 의해서 만들어진 창작물임을 부인할 수 없다. GBS에 관한 화해는 우리 저작권법상 엄청난 혈세를 투입해서 대궐 같은 디지털도서관을 만들고 저작권자에게 별다른 보상도 하니 아니한 채 국내도서를 스캐닝해서 이용하는 뻔뻔함과도 다르다.
저작권법의 목적은 저작물의 창작을 촉진하고 공정한 이용을 도모하는 것이다. 새해에는 무단복제의 예방을 통해서 법과 현실의 괴리를 줄일 수 있는 묘안을 찾아보고, 아이폰이나 옴니아폰으로 대변되는 모바일 인터넷과 클라우드 컴퓨팅에 의해서 저작물의 이용이 활성화될 수 있는 상생의 사업모델을 찾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