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기술과법에관한 전문학술지:
[제6권4호] 2010.7
오토프로그램의 저작권 문제/ 인터넷서비스제공자 보관 이메일에 대한 압수수색/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 의한 필터링/ 와이파이 무단 이용시 이용자 및 관리자의 법적지위...등 |
|
 |
|
 |
|
|
|
|
|
 |
|
서울대기술과법센터 후원계좌 안내
예금주 : 서울대법학발전재단
농협/079-01-434972 |
|
 |
|
 |
|
|
|
|
|
|
|
 |
회원공간 > 토론방 |
|
|
|
 |
| 제목 |
[법률시평] 포털의 사이버검열을 부추기는 사회(발행일자: 2009년 5월 25일) |
|
 |
|
 |
 |
관리자 |
 |
 |
 |
2009-06-01 |
 |
 |
 |
849 |
|
 |
 |
No |
|
 |
 |
법률시평 - [제 273 호, 2009년 5월 25일] ☞ 4면
포털의 사이버검열을 부추기는 사회
정상조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인터넷에서 내 모습을 찾아보면 도대체 어떠한 꼴일까? 예전 같으면 내 모습이나 내 명예는 주변의 몇몇 친지의 기억 속에 남았다가 사라졌으리라. 그러나 이제는 내 모습이나 명예가 문자, 사진, 동영상으로 떠돌아다니고, 인터넷만 뒤지면 언제나 떠올라 영원히 나를 쫓아다닌다. 5년 전 어느 블로그에 올라온 개똥녀 사진과 그에 대한 윤리적 비난은 아직도 인터넷에서 검색해볼 수 있고 미국 언론사이트에도 등장하고 심지어 한글판 위키피디아 사전에까지 개똥녀라는 단어가 소개되어 있을 정도다.
인류의 역사를 보면, 명예훼손이 국가 간 전쟁의 빌미가 되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는 자결이나 결투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국가의 사법제도가 발전하면서 명예훼손에 관한 자력구제는 퇴보하고, 관련 형법규정과 민사적 구제를 인정하는 판례가 확립되어 왔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면, 명예란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한 거래를 가능하게 하여 경제주체 간의 거래비용을 크게 줄여주는 기능을 한다. 따라서, 명예훼손으로 인한 영업방해는 부정경쟁방지법으로 규제하고, 선거권자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명예훼손은 공직선거법 등으로 규제하는 것이 최근의 국내외 입법동향이 되고 있다.
허위의 사실을 들어 명예를 훼손하는 것은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해악을 끼친다. 그러나 진실을 전달하거나 개인의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특정 개인의 명예감정을 해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하여 언제나 사회적으로도 해악을 끼친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최근에 모 정치인이 “만약 우리 대한민국이 일제 식민지가 안 됐다면…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과연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었을까?”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 인터넷 게시판에 ‘망국적인 발언을 규탄한다’는 등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그러한 게시글이 명예훼손에 해당된다고 하면서 삭제결정을 내린 바 있다. 정치인이 자신의 역사관을 표현하는 것이 자유롭게 허용되어야 한다면, 그에 대한 비판도 삭제되지 않고 자유롭게 표현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한 역사관의 모색에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닐까?
허위가 아닌 진실을 전제로 하는 한, 명예의 보호와 표현의 자유 사이 어느 지점에서 균형을 찾을 것인가는 참으로 어려운 문제이다. 그 답은 국가마다 상당한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개인적인 명예감정의 보호보다 표현의 자유를 더 중시해왔고, 표현촉진적인 매체라고 보이는 인터넷 사이트의 책임을 널리 면제해주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유교적 전통 때문인지 명예의 보호를 중시하고 포털에 대해서 무거운 책임을 부과하고 있다. 예컨대, 어느 여인이 자살한 뒤 그 어머니가 미니홈피에 ‘지난 1년간의 일들’이라는 제목으로 딸의 억울한 사정을 글로 올린 일이 있다. 그러자 그 미니홈피의 방문자 수가 급증하고 주요 포털사이트에 자살한 여자의 남자 친구를 비난하는 게시물이 폭증하였다.
이 사안에서, 대법원은 포털도 언론매체와 마찬가지로 명예훼손의 책임을 져야 하고 피해자의 요구가 없더라도 포털이 적극적으로 명예훼손 게시물을 삭제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 포털에 의한 게시물 감시가 명예보호에는 좋겠지만 표현의 자유에는 어떠한 위축 효과를 초래할지 그리고 포털이 합리적인 기준으로 뉴스나 게시물을 삭제할 수 있는 기술적 방법이 과연 존재하는지, 이런 문제에 관해서 너무나도 이해가 부족한 판결이 아닐는지 가슴이 답답하다.
대법원의 오해는 기술적, 경제적인 측면에 그치지 않는다. 인터넷을 신문이나 종이책과 유사하게 보고 있다는 점에 더 커다란 심각성이 있다. 신문이나 서적출판에서는 일정한 수준 이상의 필자를 선별하고 집필을 의뢰한다는 점에서 그 결과물의 품질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인터넷에서는 이용자가 모두 집필자 노릇을 한다. 이 때문에 인터넷에는 아주 수준 높은 정보로부터 아주 저급하고 불법적인 정보나 글에 이르기까지 아주 다양한 것이 혼재하는 특징이 있다. 포털에게 서점과 유사한 책임을 지우는 것은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지만, 언론매체처럼 모든 기사를 다 읽어보고 품질을 통제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인터넷의 현실과 너무나도 동떨어진 견해인 듯하다.
구체적 삭제요청이 없더라도 명예훼손에 해당되는 뉴스나 게시물은 모두 포털이 감시해서 삭제해야 한다고 하는 해석론은 궁극적으로 포털의 사업모델을 버리고 인터넷 출판사나 인터넷 신문사로 사업방식을 바꾸라고 명령하는 셈이다. 이것은 대법원의 시대착오적인 시장개입이다.
허위의 사실을 확대재생산하는 자에 대해서는 엄중한 책임을 추궁해야 하겠지만, 객관적인 사실이나 그에 대한 의견은 함부로 포털의 감시나 임의삭제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피해자의 구체적인 요청도 없이 포털이 감시하고 삭제하는 사이버검열을 부추기는 것은 21세기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모두의 공멸을 가져올 뿐이다. 익명의 화장실 낙서와 책 속의 진지한 의견을 분명히 구별하는 것처럼, 인터넷 검색결과를 선별할 수 있는 능력은 이용자의 몫이다. 기존의 언론매체도 인터넷상의 저급한 표현을 선정적으로 보도하는 안이한 보도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
|
|
|
|
| |
|
댓글 0개 |
|
|
|
|
|
| |
|